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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독립영화 <버블패밀리> - 마민지 감독

by 박댐 2019.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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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9년 1월 3일 제 페이스북 개인 계정에 게시한 글입니다. (https://www.facebook.com/daein.park.560/posts/10161223261100394)

0. 2018년 12월말 경 페북에서 우연찮게 조소담 님이 Min Ji Ma 감독님의 영화인 #버블패밀리 티켓 나눔을 하신다길래, 31일 종로3가 인디스페이스엘 가서 영화를 보았다. 원래 만나기로 되어있었던 Chanhyoun Kim 형도 같이 가서 보았는데, 80년중후반생 혹은 90년생 초반까지만 해도 "어? 이거 우리집 얘긴데? 어? 이거 xx네 집 얘긴데?" 할만한 이야기들이라고 생각이 많이 들더라... 끝나고 나서 둘이서 이야기를 또 한참 하였음...멀리 가지 않더라도 일단 우리 친가쪽의 어른도 이런 중소형 건설사 같은것을 해서 잘 하시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빚을 못막고 IMF 이후로 회복을 못하시고 귀농하신걸로 알고 있는데... 여튼 흔한 얘기일것... 좋은 영화를 본김에 잡썰...

1. 어느 세대이건 간에, 나름 공유하는 서사가 있을 것인데...나야 뭐 이런걸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냥 대충 썰을 풀자면 우리 부모님(50년대생)분들이라면 한국전쟁 이후 가난 극복과 한강의 기적이 아마 있을것이고, 그 후에는 뭐 386(이제는 586이되어버린) 민주화운동의 서사가 있겠다. 그렇다면 소위말하는 쌍팔년도생인 나를 기준으로 +로 한 7~8년쯤하고 -로 한 3~4년쯤 하는 세대들을 집단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서사중에 하나는 당연하게도 IMF가 아닐까 싶다.

2. 비록 우리집은 사업을 하는 집이 아니다 보니 IMF 때 우리집은 영화에서 담고 있는것만큼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그때당시의 느낌은 뭔가 정말 큰일이 났구나...정도였는데... 물론 주변에 그런 친구들이 있었다. 나중에 커서야 뭐 집에 큰 빚이 있다느니 한 얘기를 들어본 적도 있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런저런 생각을 했다능...

3. 한 가족이 본인들의 노력만이 아닌 전체적인 사회분위기를 통해 한때 엄청나게 잘나갔던 모습과 그에 비례해서 이제는 딱히 엄청나게 과거처럼 잘 나갈 것 같지는 않은 현재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이 참 재밌었다... 확실히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영화중 감독님의 나레이션에서 "우리집은 망했다. 다시는 아마 잘 살수 없을 것이다."같은 문장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 또한 딱히 무언가 내 삶이, 혹은 나를 둘러싼 이 사회의 환경이, 획기적으로 나아지리라 상상조차 하지 않는 우리 세대의 공통적인 정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떤 이들은 과도한 열패감, 자조, 또는 패배의식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개인적인 나의 생각으로는 그냥 뭐 해봐야 뭐가 얼마나 뭐가 좋아지겄어...하며 마는 우리세대의 현실인식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게 옳은가 그른가의 가치판단은 나의 영역은 아닐것이고...

4. 영화 말미에 감독님의 명의로 감독님의 부모님이 투자해주신 땅이 나온다. 마침 같이 영화를 보러간 형의 전 직장과 그리 멀지 않은 땅이라, 영화 끝나고 나서 지도에서 찾아보기도 했다. 혹시나 엄청 뛸지도 모르니(...) 감독님 꼭 가지고 계시다가 엄청 뛰게 된다면 버블 패밀리 2탄 찍어주세요(...)

5. 약간은 결이 다른 이야기지만, 이런 영상물이야말로 "노오력신화"에 대놓고 반대하는 서사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다 열심히 살고 다 노오력하는데, 개인이 어찌하기 힘든 사회구조적인 큰 파도가 몰려오면 뭐...세습된 부나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순전히 운에 따라 휩쓸려 나가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 뭐 그렇다고 노오력이 아예 쓸모없다는건 아니겠다만, 결국은 사후적으로나마 분석할 수 있겠지만, 상당히 많은 건 결국 운이구나 싶기도 하고 그랬다...

6. 부모님과 이런 영화를 봤다고 이야기를 했다. 부모님은 "뭐 그런 걸 영화로 만드냐, 주변에 저런 이야기 한트럭이다"라고 하며 웃으셨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영화가 가진 힘이,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의 힘이 드러나지 않나 싶다. <국가부도의 날>을 보지는 않았지만, 이걸 보고 나니까 다른 층위에서 IMF를 다룬 저 영화 또한 보고 싶어지긴 했음....

7. 나라는 인간은 원래도 거대담론이라던가 철학적 이야기보다는 자잘하고 소소한 이야기, 구술사스러운 이야기를 너무나 편향적으로 선호하고, 다큐멘터리 넘모 좋아하기 때문에, 엄청 재미지게 보았다. 추천하고프다...음...당장 생각나는 사람은... 교육쪽 연구하다 도시도 본다고 한 Hanbyul Jeong선생님과 만난지 꽤 되어 요즘엔 뭐 연구하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예전에 보았던 때는 꾸준히 urban studies 하고있는 Kijun Yun 선생님... 에 또 그리고 서울과 아파트가 아니라 거제와 조선소 보시는Seung Hoon Yang 선생님께도 추천드림다... 최근 스마트시티관련해서 행사도 열고 하셨던 Choi Binna 선생님 또한 추천드려용...비록 스마트시티 이야기는 아니지만 말이어요...! 아 물론 여기 태그한 사람들 말고 다른 분들도 보셨으면 합니다! 널리 퍼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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