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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 <카스테라와 카스텔라 사이>

by 박댐 2019.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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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이김 출판사에서 펴낸 <푸드 트렌드 매거진 3권>에 보냈던 <카스테라와 카스텔라 사이> 서평의 초안입니다. 편집진의 수정을 거쳐 훨씬 더 좋은 버전으로 갈무리된 버전은 해당 책을 사시면 볼 수 있습니다.(그 책과 그리고 그 책이 나오는 것과 함께 열린 행사에 대해서는 언젠가 또 글을 쓸 예정입니다.) 고영 선생님과는 몇 번 만나뵈옵고 맛있는 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습니다만, 이 책은 제가 돈 주고 샀습니다. 아직 사인을 받지는 못했고요.

 

<카스텔라와 카스텔라 사이>는 고전문학을 공부하고 문헌을 연구하는 연구자 고영이 2012년부터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펴낸 책입니다. 공부를, 그것도 고전문학과 문헌 번역을 밥벌이로 삼은 사람으로써 필자가 풀어내는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이제는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드느라 넘쳐나고 있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과 사뭇 다른 데가 있습니다.

 

일단 이 책은 마치 여러가지 설화와 야사들을 이래저래 긁어 모아 채워넣은 우표수집책 같은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책은 다소 고루하고 어렵게 느껴질지언정 조선시대의 문서나 책의 출처와 원문을 확실하게 표기하기도 하며, 1900년대 초반의 사회상을 알 수 있는 잡지 <별건곤>이나 최근 정치인의 발언(혹은 망언)에서부터 한식세계화 같은 국가적 프로젝트와 관련된 말과 글을 넘나들며 미식과 먹방 사이 그 어디엔가 존재하는 우리들의 한끼 밥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우리가 별생각없이 먹고 마시고 있는 것들의 연원을 알려주는 팩트체크용 책이기도 하며, 필자가 취재를 위해 만난 그리고 주변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대화가 인용되기도 하는 21세기 현대 한국인의 초상화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명쾌한 답을 내려주거나 강한 주장을 하기보다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가던 일들의 뒤에는 사실은 보기보다 복잡한 맥락과 역사가 있고, 주의를 기울여 섬세하게 짚어낸다면 우리의 일상과 생활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가능성이 우리들의 한끼 밥상에 숨어있으니 함께 알아보지 않겠냐고 넌지시 권유하는 책입니다.

 

굳이 이 책의 한 꼭지만 뽑아 소개를 해보면 결국 조선인이라면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김치에 대한 꼭지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마치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안 먹고는 못배기는 무슨 병에라도 걸려있는 것처럼 매번 밥상위에 올라오고, 이 땅을 방문하는 외지인들에게 꾸준히 알고 있는지, 먹어는 봤는지 묻고야 마는 바로 그 음식. 김치 말입니다(헤이! 츄라이 츄라이!). 이제는 고추가 한국에 언제쯤 들어왔는지 여러가지 설들에 대해 대중적으로 많이들 알려졌지만, “김치라고 했을 때 2019년의 우리가 자연스럽게 연상하는 통배추로 담은 빠알간 배추김치가 우리 일상에서 기본으로 여겨진 것은 그다지 오래된 일도 아닐뿐더러, 상당히 많은 종류의 김치가 예로부터 존재해왔고 결국은 주변에서 계절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식재료를 나름의 최선의 방식대로 가공한 다양한 방식의 김치 -살구김치, 복숭아김치, 수박김치(!!)- 등이 문헌에 존재한다고 필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조그만 땅에 다들 같은 김치를 먹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계절에 따라, 사는 곳에 따라 담가먹었던 김치 또한 다르며 그로부터 비롯된 계절감각과 일상 또한 다를수밖에 없었음을, 그리고 그 감각을 오롯이 이해하기는 힘들겠지만 이해하려 노력해보는 행위자체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수 있음을 필자는 말합니다.

 

이러한 저자의 친절하지만 우리들이 음식을 생각해온 방식과 약간 생경하여 다소 낯선 권유를 따라 김치에서부터, 와인을 좋아해서 와인과 관련된 기록을 남겼던 조선 선비의 이야기, 개화기 시절 화교를 비롯한 외지인들을 통해 들어온, 당대인들에게 몹시 낯설었던 식재료와 음식문화들과 관련된 다채로운 기록들을 따라가다보면 곱씹어 생각할만한 거리들이 한가득 생깁니다. 아니,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책은 또한 음식을 먹기 위해 드는 노동에 대해 적절한 대우와 처우가 필요함을 말하기도 하며, 한식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만 마냥 우리것이 좋은 것이여라던가 혹은 슬기롭고 위대했던 우리 조상들이라는 식으로 한식을, 혹은 우리들이 한식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찬미하지 않습니다. 찬사가 필요한 곳에는 필요한 만큼의 찬사를, 성찰과 고민 없이 둥둥 떠다니는 단어처럼 소비되는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에 대해서는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필자는 급속도로 현대화된 세상이 바꾸어낸 음식문화와 그 사회상을 똑바로, 그리고 면밀히 바라볼 것이며, 무작정 옛날이 좋았지라는 식의 낭만화나 국내보다는 해외가 무조건 좋을것이라는 식의 사대주의 또한 언제부터 왜,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을지 곱씹어볼 것을 권하기도 합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저처럼 작은 원룸 자취방에 살며 요리와는 먼 삶을 살아 방안에 식기조차 없는 삶을 사는 저잣거리 장삼이사이자 순도100% 음식 소비자에서부터, 요식업이나 식음료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까지 생각할꺼리를 충분히 던져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온고이지신, 신토불이를 말하기 전에 과연 우리들만이 이런 것을 해왔던 것일까? 우리것만이 좋았을 것인가?” 되물어보고 받아들일 것은 절차탁마하며, 역사와 전통을 말하기 전에 진정으로 무엇이 역사이고 무엇이 전통인지 제대로 알면 조금 더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자고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먹는 것과 먹는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아닐까요? 맛있는 것을 열심히 재량껏 먹는 데에 대해서는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제가 조언을 드릴 깜냥이 되지 않습니다마는, 조금 더 다채롭게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하시는 분들께는 시작점으로 이 책을 권합니다.

 

여러분들의 한 끼니 밥상에 평화가 길들길. 그리고 생존을 위해, 삶을 살아내고 지속시키기 위해 해결하는 끼니말고 삶을 보다 주체적이고 풍요롭게 살아내기 위한 끼니를 다같이 상상해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포도밭출판사]카스테라와 카스텔라 사이 (음식문헌 연구자 고영이 읽고 먹고 생각한 것들), 포도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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