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이김출판사에서 낸 푸드 트렌드 매거진 3권과 그와 관련된 행사에 참석하고 난 리뷰. 사실 읽은지도 좀 되었고 행사에 다녀온지도 좀 되었지만 이제서야 올린다. 비록 농/식품 분야랑 관련있는 일은 1도 안하고 요리도 전혀 안하는 인간이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 및 유튜브 채널이라던가 요식업 관련 글들 혹은 한국의 농축수산업 관련된 글들은 개인적인 취미로 이거저거 보고 있었다. 1,2권을 감사히 보내주셔서 읽고 리뷰를 쓴 적이 있고, 어느새 3권이 나왔다. 이번 3권에는 개인적으로 고영 선생님의 <카스테라와 카스텔라 사이>를 읽고 쓴 서평이 실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되어 서울대에서 열린 행사에도 다녀왔다. 내가 이 책의 1,2권을 읽고 쓴 리뷰는 블로그에 있기도 하지만, 링크로 바로 보려면 다음의 링크로... https://bit.ly/2R2THgW
1. 사실 이 책에 대한 장/단점은 이미 1,2권 리뷰에 충분히 써놓았기에 더 이야기 할필요가 없지만서도 굳이 또 이야기를 덧붙여 보자면, 이 책은 현재 한국에서 식음료 산업과 관련하여 어떠어떠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최대한 모으고 모은 다음, 보기 쉬운 형태로 정리하고, 그리고 나서 현재의 푸드 트렌드는 어떠어떠한 것이 아닐까, 2019년 혹은 2020년의 한국 사람들은 이런것을 원하지 않을까 라고 이야기 하는 책에 가깝다.
1-1. 본격적인 책 얘기 하기전에 잠깐 딴 얘기. 한국사회에 어떤 연구가 부족하냐? 라고 묻는다면 사실 질적 연구와 양적 연구 둘다 부족하다(...) "지금 너희 안 되고 있는 게 딱 2가지가 있어… 뭔지 알어? 지금 너넨 디펜스랑 오펜스가 안돼!!자자…힘내구 그 2가지만 제대로 해봐 응?" 라고 외쳤던 전설의 농구 감독 박한이 생각나는 말이지만... 내 뇌피셜로 이야기를 해보자면 한국에서 부족한 질적연구란 뭔소리인고 하니 한국의 담론장, 지식장은 미 제국의 현장연구들이 그러하듯 실제로 마약 딜러들, gang들이 사는 길거리나 자신들만의 생활방식을 고수하는 어떤 특정 집단에 가서 말그대로 현장연구처럼 살면서 연구하는 질적 연구만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이것이 사회의 법규, 제도, 정책이 만들어지는 데에까지 힘을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물론, 이 또한 조은 선생의 사당동 더하기 25라던가, 그 와중에도 빛나는 일련의 구술사 연구들, 참여관찰 연구들이 있고, 이 나름대로 이런 연구들은 직/간접적으로 한국사회에 영향을 끼쳤겠지마는, 위정자들/공무원들/의원들 등등의 사람들에게까지 이러한 목소리들이 과연 가닿을까 생각한다면 좀 회의적인 것이라는 말이다.
1-2. 그렇다면 한국의 양적연구는 훌륭하냐? 라고 묻는다면 기초적인 통계조사는 하고 있겠지만, 이러한 정부에서 기초적으로 하는 통계조사를 제외한, 의미있는 양적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느냐고 한다면 이또한 굉장히 회의적이다. 일단 양적연구의 기초가 되어야할 설문조사라던가, 자료수집부터가 얼마나 의미있는 데이터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심이 갈 뿐더러, 종종 엄밀한 질적연구를 기반으로 하여 정말 필요한 데이터를 뽑아내기 위한 조사가 선행되고 나서야 의미있는 양적연구가 가능해진다는 걸 생각해볼 때 그 정도의 노력을 기울인 양적연구가 한국에 있나 싶기도 한 것이다. 물론 이게 잘 안되는 이유는 한국의 공공기관에서 알게모르게 수집하고 있는 수많은 데이터를 왠지 잘 이해는 안가지만 그냥 민간에 공개를 안하기 때문이기도 할지도 모른다. 관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해보신 분들은 잘 이해하실 것.
2. 그런 의미에서 푸드트렌드 매거진 3권의 자료들은 꽤나 색다른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1)농촌진흥청에서 10년간 모아온 1천가구의 영수증 데이터를 썼다는 점과 2)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닐슨코리아와 협력하여 제공한 식료품 품목별 POS 소매점 매출액 데이터 를 썼다는 점이다. 또한 이 책은 푸드 다이어리 - 하루동안 먹는 밥상 사진을 찍어서 제공해야 하는 - 를 기반으로 하여 조사한 오픈서베이의 데이터도 사용했다는 점 또한 특이했다. 직접 해보지 않았지만 연구원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그냥 서베이 데이터도 지옥같을텐데, 사진까지 있는 데이터라니(...) 보통 장 볼때 얼마 어치나 보세요? 1번) 3만원 이내 2번) 5만원 이내... 같은 설문 참여자의 기억과 정직함 여부에 따라서 쉽게 bias가 많이 생길 수 있는 데이터 대신에 1)과 2) 데이터를 썼다는건 부정확한 기억이라던가 의도치않은 부정직한 답변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니까.
3. 사실 3권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1,2권 또한 동일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분석을 했다. 다만 1,2권의 리뷰에서 얘기하지 않았다가 이제서야 말하는 이유는 결국은 의미있는 분석이라는 건, 1,2년가지고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고, 이 책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연구진의 노력과 출판사의 노력을 보았을때 언제까지 지속가능할까 개인적으로 좀 불안했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제 3권까지 나왔으니, 원래 영어속담에서 Third time's the charm 이라고 하지 않는가, 꾸준히 지속해서 한 10권까지 나오는건 어렵지 않을것 같다는 그냥 뇌피셜(...)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인구에 대한 조사, 기초적인 통계조사를 꽤나 꾸준히 해왔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메타적인 분석을 통한 연구가 매년 지속되지 않는다면 기초적인 통계조사는 거기에서 끝나고, 연합뉴스같은 곳에서나 받아쓸 스트레이트 성 기사에서 그칠 뿐이다. 그 기초적인 연구를 가공해서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그에 대한 분석과 비판 - 방법론 측면에서든, 내용 측면에서든, 관점 측면에서든- 이 이뤄져야 보다 풍부한 논의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했을때 이제 3권까지 나온 이 책은 꽤나 소중한 이 시대의 기초자료로써 기능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하게 되었다.
3-1. 사실 이 푸드트렌드 매거진 또한, 여러가지 패널 데이터들을 통해서 땅을 사고 농사지을 토양을 다지는 기초공사를 했다고 쳤을 때,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에서 그 자료들을 통해서 비로소 농사를 제대로 지어볼 수 있는 농사지을 수 있는 땅으로 만드는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바탕으로 식음료 업계 종사자들, 음식문화 연구자들, 21세기 한국인의 생활상을 연구하는 이 시대의 연구자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가 앞으로 재밌게 볼 관전포인트 아닐까 싶다.
4. 1,2권 리뷰때 썼던, 실제 농축수산업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궁금하다는 의견이 반영이 되었는지 안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챕터 끝나는 무렵에 생산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목소리를 간접적으로나마 접할수 있는 읽을거리들이 있어서 좋았다. 그 중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2장과 3장 사이에 있는 다정수산 홍명완 대표님의 글이었다. 일단 현업으로 어업에 종사하시는 분의 이야기인점도 흥미로웠고, 대형 유통체인을 통하지 않으면서, 생산자이자 소상공인으로써 다분화된 소비자들이 어지러이 공존하는 21세기에 어떻게 나름의 엣지를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해온 부분이 보이는 것 같아서 좋았다. 또한, 요리를 직접 안하고 장도 안보고 냉장고에 뭐 보관할 일도 없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별로 쓸모가 있지는 않지만 채소 보관 방법이 한 꼭지로 실려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깨알 상식, 리빙포인트! 같은 느낌이랄까(...) 연구진들 개개인의 소회가 담긴 부분들을 읽는것 또한 재밌었다. 언제나 보여지는 부분 이상으로 맥락성을 더 보아야 한다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여기저기 외치고 다니는 사람으로써, 이런 종류의 책을 볼때마다 연구진들이 얼마나 피땀눈물(...)을 흘려댔을지 상상부터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5. 서울대에서 열린 행사에도 참석했었다. 나는 토요일 오후에 참석했었는데, 사람들이 꽉 차 있었고, 참석자들에게는 서울의 밤이라는 매실 증류주 한병과 푸드 트렌드 매거진 3권을 주었었다. 연구진들의 대표로 문정훈 선생님이 나오셔서 발표를 3시간 내내 해주셨는데, 꽤나 재밌었지만 시간이 오버(...)되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ㅋㅋㅋㅋㅋ 다 좋았지만 하나 아쉬웠던 점은, 굉장히 세세하고 자세한 ppt를 준비해오셔서 알려주셨기에 책을 마치 안봐도 본것같은 느낌이 드는 강의였다는 점이다(...) 차라리 개괄적으로 각 챕터의 중요한 지점들을 문정훈 선생님이 대표로 설명을 하고, 나머지의 시간들은 연구진들의 패널토크로 채웠다던가, 혹은 관련 업계인들의 집담회 및 미리 모아진 Q&A를 들어보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강의를 듣고, 책을 읽었다면, 깨알같은 문정훈 선생님의 드립(...)들이 생각나서 웃길지도 모르겠지만, 뭐 여튼 그랬다는 말이다.
6. 추천하냐고? 추천한다. 1,2권에서 말했던 장점들은 그대로이고, 어떤 면에서는 내가 1,2권에서 이런것도 있으면 좋을텐데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개선된 부분이 있는 듯도 하다. 그치만 현실적으로 이 책을 만들어내는데 드는 노고와 희생(...)에 대한 적절한 값이 주어졌으리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한국의 열악한 출판환경(...)과 연구환경(...) 말해 뭐합니까...ㅠㅠㅠ 그렇기 때문에 다만 바라는 것은 책이라도 많이 팔려서(...) 인건비 약간이나마 벌충하시고, 농협같은데서도 좀 구매해서 우리나라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소규모 자영농들에게도 이런걸 좀 알려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한국의 농축수산 정책의 현실이 어찌 돌아가는지 건너건너 전해듣는 것을 생각해보면 농협에서, 혹은 지역 농민회에서, 농축수산업을 통해 주로 세금을 걷는 지자체에서 이런걸 단체구매하는 일이 과연 일어날까 싶은 것이다(...)
7. 이야기꾼이 이야기를 하려면 관객이 있어야 하고 장소가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장소는 패널 데이터와, 한국민들의 생활수준 업그레이드에 따란 음식, 미식 혹은 탐식에 대한 관심에 기반한 테레비전 요리쇼의 성공 같은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어찌저찌 형성이 되고 있는 듯도 하다. 토요일 오후 행사인데도 불구하고 꽉 찼던 서울대의 그 강의실을 생각해보면 나름의 관객 또한 형성이 되고 있는 듯도 하다. 더욱 다채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한소리 옆에서 거들 참견꾼들이 등장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3권까지 나온 이 책은 - 꾸준히 매년 나온다는 가정 하에 - 여러가지 의미로 이야기꾼들이 씹고뜯고맛보고 즐기기 좋은 종류의 이야기들이 많다. 더욱 본격적인 갑론을박이 벌어지길 바라며, 진짜 나의 바램대로 이게 꾸준히 나온다면, 왠지 이 시대의 민속자료로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뱀발) 대중성의 리트머스지(...)라고 종종 욕을 듣는 내가 이걸 좋게 평가하는걸 보면, 아마 동시대의 한국인 대중들에게 이게 인기가 있기 힘들 컨텐츠라는 생각도 드는데...과연 내가 이런것에 리뷰를 쓰는게 가당키나 한일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 거시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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