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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은희, <흑설탕이 아니라 마스코바도>

by 박댐 2019.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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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설탕이 아니라 마스코바도:필리핀 빈농의 설탕이 공정무역 상품이 되기까지, 따비

*** 2018년 11월 21일 제 개인 페북에 쓴 글입니다. (https://www.facebook.com/daein.park.560/posts/10161063086595394)


0. 이번주에만 단행본을 두 권 읽었는데, 한 권은 내년초에 나올 책인데 정말 재밌는 책이고,(아직 저자분께서도 굳이 공개를 안하시는것 같아 책제목을 말하긴 좀 글코...) pdf로 훑어 읽었지만 책이 나오면 다시 꼼꼼히 읽어봐야할 책. 다른 한권은 Eunhhui Eom선생님의 <#흑설탕이_아니고_마스코바도> 이다. 도서출판 따비의 음식학 시리즈 1,2인 <대한민국 치킨전>과 <라멘의 사회생활>을 재밌게 읽어서 별 생각 없이 사려다, 사려고 보니 필리핀 얘기기도 해서 망설임 없이 질렀다. 다 읽고 나서 알고보니 책 쓰신 분과 내가 필리핀에 있었던 기간이 사알짝 겹치기도 한다.

1. 책 제목만 보고는 시드니 민츠의 <설탕과 권력> 같은 책이 아닌가 싶었고, 사실 그런 종류의 이야기를 기대하기도 했는데, 내가 기대했던 시드니 민츠 스러운 이야기, 즉, 필리핀+식민역사+세계자본주의+무역+설탕과 관련된 이야기는 1,2,3장에서 거의 끝난다. 분명히 굉장히 재밌게 읽었고, 이를 통해 필리핀에서 살았었으면서도 몰랐던 부분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굳이 요약하자면 아시아의 다른 식민지에 비해 스페인을 제외한 나라들에 상대적으로 "닫혀" 있던 필리핀이라는 지역이 강대국간의 역학관계에 의한 세계정세 변화로 인해 갈레온 무역에서 벗어나 설탕을 매개로 하여 세계시장에 편입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2. 그렇다면 3장 이후부터는 무엇인가인데, 역시나 설탕을 소비해주는 세계시장의 정세변화로 인해 필리핀의 설탕산업은 경쟁력을 잃게 된다. 그러한 상황에서 저소득 농민층 및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한 시민사회운동조직은 전통적인 생산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비정제설탕(을 필리핀말로 마스코바도라고 한단다)를 통해 공정무역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설탕생산의 중심지역인 파나이 섬의 공정무역 단체와 생산자 조합의 이야기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이는 연구를 통해 여러번 현장조사를 한 저자니까 가능할 이야기들이다. 사실 굉장히 미시적인분석인지라 책을 보다가 그냥 국제개발 NGO 활동 보고서를 보고있는 느낌도 들었는데, iCOOP생협의 외주를 받아 수행한 연구여서 그랬는가보다.

3. 이 책은 설탕이라는 작물이 세계에서 유통되었는가라는 거시적이고 역사학적인 분석에서 시작해 - 파나이 섬의 시민운동조직까지 작아졌다가, 그를 기점으로 공정무역에 대한 논의로 장을 넓히며 끝난다. 재미있는가?라고 한다면 솔직히 4~5장은 나한테는 엄청 재미나진 않았다. 근데 그건 뭐 애초에 내가 공정무역과 그 의미에 대해 1~3장만큼 관심이 있지도 잘 알지도 못하는지라 그랬을 것임에 틀림없다. 분명 사람에 따라 4~5장을 1~3장보다 더 재밌게 생각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아마 1~3장에 나온 내용들만을 가지고 더욱 연구서스럽게 파고들었어도 충분히 재미있었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대중서지 연구서는 아니니까... 궁금한 부분은 인용된 부분들의 논문이나 다른 책을 통해서 독자가 알아가야할 문제일듯 하다.

3-1. 약간 아쉬웠던 점은, 이건 내가 당연하게도 인류학 현장연구 썰(...)에 맥을 못추는 인간이라서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서도, 현장 연구를 꾸준히 다녀오신 분으로써의 인터뷰라던가, 필리핀이라는 공간에 대한 묘사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좀 그랬다. 근데 물론 이건 내가 좋아하는거니까(...) 이 또한 그냥 아쉬운대로 다른 논문을 통해서 보는 것으로...

3-2. 그리고 필리핀이라는 나라로 묶이게 된 것이 스페인 식민지배를 통해 이루어진 것은 맞지만, 필리핀 남부 쪽으로는 분명 이슬람권의 역할을 많이 받았고, 그렇기에 분리독립 운동도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양 세력에 의해 만들어진 나라, 필리핀,이라는 다소 전통적인 내러티브 말고 더 다양한 부족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도 재밌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가도 이건 어차피 이 책에서 다룰 내용은 아닐것이다. 따로 찾아봐야 할 내용(...)

4. 6장과 부록의 글들을 읽으면서는 오히려 이분이 왜 이런책을 쓸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나도 비록 살다오긴 했지만, 필리핀의 정치-경제-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하다. 애초에 한국은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 몇곳에 대한 정보 외에 세상의 다른 나라들은 전부 휴양지 혹은 놀러가는 곳으로 생각하기 마련인지라 그 외의 나라들에도 똑같이 사람이 살고, 정치사회적 문제가 있고 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잊어먹기가 쉬운데,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그런 느낌을 다시금 받았다. 특히 아로요 대통령의 집권 하에서 이루어졌다는 정치적 살인행위에 대해서는 나는 전혀 몰랐었는데(...) 이 또한 나중에 찾아볼 내용...

5. 누구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은가 하냐면 사실 동남아 및 소위 제3세계로 해외선교라던가 국제개발 쪽 일하시는 분들이 보면 좋은 책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분들이라면 1~3장의 역사적 논의들을 주로 읽으시면 도움이 될테고...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이 아니라면 4~5장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읽으면서 이 시대의 빈국의 농업 현장은 어떠한지 감을 키울수도 있겠다고 본다.

6. 책 자체는 분명 재미있는 부분이 많고, 누군가에게 충분히 권할만한 책이긴 하나 따비 음식학의 이전 두 책과 이게 연결되어져서 한 시리즈로 묶일법한 책인가에 대해서는 좀 의문이 있다. 물론 음식과 그 재료를 키워드로 더 많은 책이 이 시리즈로 나온다면, (예를 들어 한 10권) 어느정도로 연결고리를 만들어볼 수 있는 책인지 그때가서 평가해볼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재로써는 치킨-라멘으로 갔다가 바로 설탕이라서... 다음은 쌀(자포니카 말고 인디카), 옥수수, 소금 이렇게 가려나...?ㅎㅎㅎ

7. 생각해보니 라멘의 사회생활은 읽어놓고 이런 인상비평스러운 독후감도 쓰지 않았는데, 뭐 그 책뿐이겠는가(...) 반만 읽고 못 읽은 책...서평도 두개로 나눠 쓰려다가 한편만 쓰고 만 책...아아..나무야 미안해...ㅠㅠ 서평도 못 써줘서 미아내...ㅠㅠ

흑설탕이 아니라 마스코바도:필리핀 빈농의 설탕이 공정무역 상품이 되기까지, 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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