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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 <한뼘한국사>

by 박댐 2019.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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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뼘 한국사, 푸른역사
*** 이 글은 제 개인 페북에 2018년 12월 3일에 올린 글입니다. (https://www.facebook.com/daein.park.560/posts/10161108293150394)

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에서 "한뼘 한국사"라는 책을 냈다. 이 쪽과의 인연은 만인만색 역사共작단 다시또역시 팟캐스트를 통해서였는데, #과정남 활동을 하면서 사이비역사학과 유사과학을 특집으로 묶어서 에피소드를 두개정도 녹음을 같이 했었다. 비록 #과정남 의 유사과학 및 사이비과학에 대한 태도는 "무관심에 장사없다" 가 기조이기는 하지만 여튼 가서 재밌게 방송을 녹음했었더랬지...

그 이후 꾸준히 팟캐스트도 듣고 하고 있던 와중에 책이 나왔다길래 냉큼 사서 읽었는데, 꽤나 재밌다. 어떻게 보면 과정남이 공유하고 있는 문제의식과 성향- DIY, 누가 안하면 내가 한다, 관심없어도 존버한다, 전면에 등장한 사람들 외에 다양한 행위자들에 집중한다, 완성된 지식보다는 만들어지고 있는 지식의 과정에 집중한다, 결과보다는 맥락과 배경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등등-을 상당부분 공유하는지라 그런 것일수도 있겠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뉘어 있는데 굳이 요약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1부 "‘낮은 곳’에 있는 존재"에서는 근현대사에서 우리가 역사의 행위자로 주로 배우지 않는 신분과 계급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 중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김재원 선생님의 "육남매 아빠(1915~1994)의 중산층 가족 도전기―월남민 김 씨의‘ 중산층 판타지’는 연착륙했을까?" 였는데, 내가 팟캐스트로 이걸 들었기 때문만은 아니고 다른 부분과는 달리 사회적으로 적극적으로 차별받았거나 배제되어왔던 존재가 아닌 꽤나 평범한 한국 근현대사의 장삼이사의 이야기 같았기 때문이다. 아마 몇십년 몇백년 이후에 누군가가 한국전쟁 이후의 보통 사람은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하다면 참고할법한 이야기 아닐까 싶기도 하고...

2부 "‘금기’시된 존재"에서는 그 당시의 사회 통념상(혹은 역사서술을 한 후대의 사회통념상)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재밌었던 부분은 "‘미신’이 된 무속"이었다. 이건 왜냐면 순전히 내가 무속 쪽에 아는게 없어서(...) 다큐멘터리 몇개를 보았지만, 너무나도 인생과 멀리 떨어져있는 분야의 이야기라 그냥 읽어보는것만으로도 재밌었다.

3부 "국가 ‘경계’ 밖의 존재들"에서는 이 곳에서도, 저 곳에서도 받아들여지기 애매한 정체성을 가진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다. 이 중 재밌었던 건 "한국 고대사에서 사라진 낙랑군·대방군 사람들" 이었다. 물론 특정 집단을 위시한 사람들은 한반도에는 그런게 없었다! 빼애액 할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되돌아보아도 한국역사에 분명히 존재했을 그룹들인데, 교과서는 물론 대중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서술이 너무나도 작다는 생각은 꽤 했었다.

교과서에 안나오는 이야기들을 다루는 책은 분명히 맞다. 나도 물론 한국의 역사교육 및 한국에서 역사가 소비되는 방식에 대해서 불만이 참 많지만... 현업에서 어찌됐건 교육부가 정한 역사서술 방식과 국사교과서를 가지고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이런 책을 굉장히 비교육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분명 재미는 있고, 이런 책이 더 많이 읽혀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학생들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딴다거나 수능 1등급을 받는데 도움이 될 책은 아니다. 논술 점수 따는데는 도움이 되려나...

다만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책이 너무 짧다(...) 내 깜냥으로는 모든 챕터가 흥미진진하려고 하다가 끝나버린 느낌이랄까(...) 논문으로 치자면 초록과 서문 재밌게 읽고, 좋아 이제 시작인가! 싶은데 결론으로 건너뛴 느낌인데, 애초에 이 책은 연구서가 아니고 대중서이니까는 당연하게도 어쩔수가 없을 것이다. 한 챕터 한 챕터가 다루는 내용이 다 분명 연결되는 연구논문과 연구서가 있을 것인데, 애초에 나도 전공자가 아니니 그것까지 파기에는 무리가 있을것이고... 현업으로 연구를 아직 하고 계시는 저자들의 연구자로써의 정체성과, 대중서를 위한 글쓰기를 해야한다는 자아의 싸움...잘 보았읍니다(...)

뱀발1) 깨알 재미 중 하나는, 각 장에서 다루는 내용들에 대한 옛날의 사료 같은걸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1920년대의 상황을 엿볼수 있는 신문 캡처 같은것이라던가...

뱀발2) 다시금 말하지만 책은 재밌고 유익하다. 이 책을 비교육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역사교육의 현실과 입시제도가 문제겄지... 여러모로 일반 시민과 소위 식자층(이라는게 한국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들이 적극적으로 사서 읽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라던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라던가 "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리다" 같은 논쟁을 시작하는 책이 되었으면 한다.

뱀발3) 한국에서 과학, 기술, 공학 모두 뭉뚱그려져서 이 사회와 동떨어져 존재하는 어떤 무언가로 여겨지는 경향이 없잖아 있는데, 역사도 가만보면 비단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책을 읽어보면서 역사라는게 그렇지 않고, 우리가 지금 하루하루 지루하게 살아가는 요 장면장면들이 역사서술의 한 부분이라는 걸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말해놓고 나니까 쓰잘데기 없이 비장하네...여튼 책 좋으니까 읽으시고, 현업 연구생들이 쓴 거니까 따끈따끈한 현 학계의 지식이니까...읽으십셔... 가난한 이분들 호주머니에 아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쥬... 지는 사서 읽었슴니더...


한뼘 한국사, 푸른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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