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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아침에 일어나면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by 박댐 2019.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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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제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2019년 1월 21일에 올린 글입니다.(https://www.facebook.com/daein.park.560/posts/10161288248135394)


때늦은 리디북스 페이퍼 프로로 읽은 다른 책 후기.

0. "추석은 무엇인가"로 한국사회에서 엄청나게 유명해진 서울대 김영민 선생님의 "아침에 일어나면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라는 책을 읽었다. (출판사는 어크로스) 서울과 대전을 오며가며, 자기전 잠깐씩, 짬나는 대로 야금야금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건 내가 이 책을 사기전부터 이 선생님의 칼럼을 어마무지하게 인터넷에서 이미 찾아서 읽었다는 것이었다(...) 조금씩 읽다보면, 어? 이거 어디서 읽었는데 싶더라니, 아니나 다를까 나는 인터넷으로 엄청나게 찾아서 다 보았던 모양(...)

1. 여러가지 좋은 말들이 있었지만 맘에 남았던 것은 인생이란 사실 원래 굉장히 덧없는 것이어서, 인간이란 꾸준히 자기자신과 그리고 자기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합리화하려고 노력하는 존재라는 문장이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여튼 이런 종류의 서술이 꽤나 많았다.

2. 그리고 또 하나 맘에 남았던 것은, 확실하고 커다란 행복을 꿈꾸기 보다는 소소하게나마 불행한 상황을 꿈꾸는 것이 낫지 않은가 하는 이야기였다. 기실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행복한 순간이란건 결국은 찰나에 지나지 않고, 결국 행복이라는건 개개인이 정의하기 나름이니, 소소한 불행에 시달리며 사는게 낫다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이거에 대해서 꽤나 공감하며 사는 편이다. 그래서 작년에 어떤 행사에 참여했을때도 내가 바라는 사회/일상이라는게 "어찌저찌 별일없이 그냥 살았음 좋겠다" 같은 말이었던듯(...)

3. 개인의 노력과 힘이라는 건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세상이 확 바뀔 일도 없다면 우리는 삶의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결국 다 허무하고 허무하다면 인생 끝내버리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결론이 날 수도 있지만 이 책은, 그리고 김영민 선생님이 주장하는 삶에 대한 태도는 그것은 아니다. 비록 삶이 시시하고, 세상이 딱히 나아지는것 같지 않고, 나는 계속 꽤나 불행하고, 미래와 사회와 인생에 대한 희망이 없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선생님 나름대로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3-1. 그 소소한 방안 중 하나로 디저트 탐방(...)을 제시하셨는데, 단 걸 그다지 안 좋아하는 나로써는 무엇이 있을까 평생의 숙원(?) 사업 처럼 소소하게나마 살아갈 힘을 얻는데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해보기도 하였다...

4. 여튼 김영민 선생님의 여러 글들 중 가장 좋아하는 글은 링크하는 글. "공화국 찬가" 이다. 밑에 가장 좋아했던 부분을 발췌한다. 남들이 엄청 열심히 들어준다거나, 그다지 재밌지도 않고 유명하지도 않은 팟캐스트를 해왔던 것도 어떻게 보면 내 맘속에 이 글에서 말하는 "이땅에 남아 공적인 시민이 되는" 방안을 고민해봤기 때문이 아닐까. 이렇게 말하니까 엄청 거창해보이는군. 여튼...

4-1.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혁명을 꿈꾼다. 그러나 20세기를 지나온 사람들은 알고 있다, 진격과 강철대오의 구호만으로는 인간의 운명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신이 침묵하고, 정치인들이 무책임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명은 거세된 시대에, 이민을 가지 않고 이 땅에 남아 공적인 시민이 되는 길은 무엇인가."

4-2. "희망 없이 공화국을 사랑하라. 이번 생에는 스스로의 운명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채로, 공화국을 사랑하라. 신의 침묵과 정치인의 무책임을 은쟁반에 올려 둔 채로, 통제 불능의 운명에 참여하라. 21세기 공화국의 시민은 패배할 줄 알면서도 투표에 참여하는 시민군이다. 이제 이 땅에 진정한 공화주의가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투표소를 향해 진군하는 비극적 영웅이다. 자신이 처한 삶의 조건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햄릿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진한다는 점에서 돈키호테다. 21세기 이곳의 시민은 자신으로 하여금 산업사회 소비자의 메마른 일상을 초월해 고전 비극의 영웅이 될 기회를 마련해 준 이 공화국의 미덕을 찬미한다. 한국에서는 자력으로 비극적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모든 시민들에게 똑같이 있다고. 그 비극적 전망이 모두에게 열려 있을 때 우리는 스스로 고양된다고."

5. 물론 김영민 선생님의 글쓰기 방식이나 글의 내용 자체가 한국 사회 인테리-남성-지식인의 상념 혹은 푸념같이 들리며, 고귀한 상아탑에 사는 사람들이 각박한 밥벌이에 시달리지 않으니 쓸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할수도 있겠다. 당연하게도 선생님이 쓰시는 글과 말의 많은 이야기들은 이 분 아닌 다른 사람들은 쓸 기회가 안 주어질지도 모르고, 만약 쓴다고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잘 안 먹힐지도 모르겠다. 근데 결국 개인이 할 수 있는 실천의 영역에서, 대자보나 으리으리한 정책의견서의 형식이 아닌 짤막한 글로 꾸준하게나마 이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라마틱하지 않게, 그리고 비분강개하지 않으면서 드러내기란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물론 쉬운 일은 절대 아니겠지만, 결기에 넘치는, 전복만을 꿈꾸는 과격한 글쓰기 말고 어깨에 힘을 상당히 뺀, 커-브 볼스러운 글 또한 그 나름대로의 영역과 가치가 있음을 증명해내는 글쓴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뭐 넘모 개인적인 바람일뿐이다. 이 또한 나도 지금 당장 세상 사는게 마냥 힘들지는 않으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일것...

뱀발) 아, 사실 칼럼 말고 어떤 종류의 연구를 하시는지 궁금해서 이 분이 학술지 ‘일본비평’에 기고한 ‘국문학 논쟁을 통해서 본 조선 후기의 국가, 사회, 행위자’ 또한 읽어는 보았다. 물론 나는 국문학도도 아니고, 정치학도도 아니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독해의 한계가 있었으나 여튼 재밌기는 했다. 이를 통해 다른 영역의 학자들이 양껏 끼어들어 국문학-역사학-정치학-사회학 등등의 학자들이 서로 비평하고 토론하고 하는 장이 열리면 논외자로써는 팝콘이나 까먹으며 재밌게 구경할 것인데... 어찌 될런지...

뱀발2) 아, 책은 정말 추천드린다. 가볍게 빨리 읽기도 좋고, 무겁게 느리게 읽어도 좋은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글쓰기는 참 중언부언하면서 길기만 하기 때문에 참 별로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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