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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웅, 최윤섭, 권창현,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by 박댐 2019.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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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클라우드나인

0. 페이스북 페이지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이야기들 을 공동 운영하시는 엄태웅, 최윤섭, 권창현 님들이 쓴 책이 나왔다. 나는 한때는 대학원생이었더랬다. 지금은 무기한 휴학(...) 중이고,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중이지마는 2013년 대학원에 막 들어왔을 무렵 무렵, 권창현 님의 잡생각 전문 블로그(http://thoughts.chkwon.net/phd-students/)에서 "박사과정 학생이 유의해야 하는 점"과 최윤섭 님의 전설적인 슬라이드 "내가 대학원에 들어왔을 때 알았더라면 좋을 노하우" (https://www.slideshare.net/pelexus/ss-11919783) 를 읽으며 훌륭한 연구자까지는 못 되어도 짜치는(...) 연구자는 되지 말자고 생각했던 기억은 있다. 뭐 결말은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들이 아시겠지만 연구자는 언감생심이고 그냥 잡무러로 살아가고 있다(...) 태웅님과는 과정남을 하고 있던 와중 로열모라는 모임을 알게 되었고, 과정남에 섭외를 했었고...뭐 그이후로 가아끔 연락을 하는 사이이다(권창현 선생님도 나온적이 있다. 과정남에는...) 사실 2018년도에 CES를 갔을 때 부스에 놀러오시기도 했었다. 뭐 잡썰은 여기까지고... 책 내용을 소개해야하니...아, 책은 제 돈주고 샀습니다. 이 리뷰를 쓰는데 아무것도 받은게 없음을 확실히 해둡니다(...)

 

1. 사실 이렇게 대학원생 혹은 연구자가 되어가는 와중에 있는 사람들이 읽어볼 만한 좋은 다른 책으로는 남궁석 선생님이 쓰신 <#과학자가_되는_방법>이라는 책이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생명과학 외길을 걷고 생명과학 연구를 꾸준히 한 사람이 쓴 책이고, 학부생부터 시작해서 석사, 박사, 포닥, 연구원까지의 생애주기를 다 다루고 있는 책이면서 연구생활에 도움이 되는 팁 뿐 아니라 연구를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다른길을 찾는것도 방법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비해, 이 책은 그래도 어떻게든 연구를 잘하여 버텨내보려먼 어떻게 해야할까에 대해서 뭔가 친한 선배가 해주는 인생 썰같은 느낌으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2.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저자가 세 명이고, 각각의 학문 및 연구분야가 다르다는 것일 게다. 그 뿐 아니라 각자 처한 상황 또한 다르다. 한분은 박사를 받고 교수로 일하고 있고, 한 분은 투자자이자 독립연구자로 일하고 있고, 한분은 아직 박사과정 중이면서 연구와 관련된 이런저런 활동을 하고 계시다. 보통의 커리어 조언 혹은 인생 조언의 경우 한 명의 작가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와 걸어온 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 책은 세 명의 저자가 각자 자신이 걸어온 길과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각자가 처한 상황을 빌어 이야기 하고 있다. 독자로써 저자들 셋의 각자 다른 백그라운드를 생각하면서 읽어보느라 흥미로웠다.

 

3. 막상 대학원에 진학한다고 생각을 해보자. 대학원은 세상에 다종다양한 학문이 있는 것만큼이나, 교수별, 학교별, 국가별, 문화권별로 정말 다르다. 심지어 같은 대학원 내에서도 같이 함께 연구하는 연구실 사람들이 어떠한지에 따라서도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이 책의 광고 또한 대학원은 미지의 영역이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요즘은 김박사넷(https://phdkim.net/)도 생겼고, 대학원 총학생회라던가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도 생기고 해서 대학원에 관련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통로들이 생긴 것으로 안다. 그렇지만, 미지의 영역에 내딛는다면, 최대한 많은 양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만큼 얻어놓고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 분들에게 이런 책을 권한다.

 

3-1. 물론 이 책을 삐딱하게 보자면, 굳이 대학원을 꼭 가야만 하는 것이냐, 훌륭한 사람들중에 굳이 대학원을 다니지 않더라도 훌륭하게 된 사람들이 많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이 세상에서 연구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 그나마 배울 수 있는 곳은 대학원이 가장 적합하지 않은가 싶다. 그리고 이 책 또한 모두가 연구자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고, 모두가 대학원생이 될 필요는 없다라고 얘기하고 있기도 하다. 먼저 들어가기 전에 본인이 대학원을 다니며 확실히 무엇을 할 것인지,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정하고 가라고 하고 있으니... 그러니, 대학원에 가기 전 정보 수집 기간 동안 이 책을 읽고 "아, 대학원에 간다는 것은 이런 의미였구나...나는 대학원에 가지 말아야겠어" 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전혀 틀린 생각은 아닐 것이다.

 

4. 이 책은 파트타임 대학원생 혹은 MBA 등 전문석사를 위한 안내서는 아닐지 모른다. 어쨌거나 세 저자분들은 파트타임으로 연구를 한 것이 아니고, 연구를 전업으로 하도록 트레이닝을 받으신 분들이다. 그렇기에 여기에 있는 조언들은 본인들처럼, 연구를 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이라면 어떤 트레이닝을 거치는지, 그리고 그런 트레이닝을 겪는 과정에 있어 어떤 어려움이 있고, 무엇을 견뎌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다. 물론, 파트타임 대학원생이라고 연구를 안하는 것도 아니니, 참고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만, 아무래도 풀타임 대학원생들에게 더 와닿는 부분들이 많을 것이다.

 

5. 대학원을 실제로 다녀봤다면, 지도교수님과의 미팅이라던가, 연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랩미팅은 무엇인지, 대학원생의 일상은 어떤지에 대해 책에 나오는 모든 얘기들을 들으며 무릎을 칠지도 모른다. "아, 맞아. 나도 저랬어지" 혹은 "아, 맞아 그때 그렇게 했었어야 하는데..."하면서 말이다. 근데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아마 우리는 그 때 당시에도 이 책에 쓰여있는 조언과 비슷한 말들을 많이들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아무리 좋은 말을 해주더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굉장히 다를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그렇다. 이 책 또한 대학원을 다녀본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하는 얘기들이 얼마나 중요하고 깨알같은 꿀팁들인지를 아마 모를 것이다. 그렇지만 깨닫고 나면 늦는 것이(...) 나는 아마 대학원에 당분간은 다시 돌아갈일이 없을 터인데... 이런 책을 읽고 나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아,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6. 최대한 많은 분들이 이런 책을 읽고 대학원이란 어떤 공간인지, 연구를 업으로 삼기 위해 트레이닝을 받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고민을 해보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이 책을 쓰신 저자분들은 각각 본인의 연구분야가 있는 것이지, 연구자들 모두를 대변한다고 하기에는 힘들것이다. <과학자가 되는 방법>이 생명과학, 그 중에서도 실험을 주로 하는 분자생물학 쪽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있다면, 이 책은 공학 쪽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있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언젠가는 이 책처럼 인문학, 사회과학, 혹은 과학/공학의 여러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으면 한다.

 

7. 어차피 대학원에 오지말라고 기를 쓰고 뜯어말려도 대학원에 올 사람들은 다 오게 되어있다(...) 그렇지만 이런 책을 읽고 한번이라도 대학원이 나에게 정말 맞는 것일까 고민을 해보고 결정을 내려서 대학원에 가는 사람과, 그냥 저냥 생각없이 "우리 전공은 학부만 가지고는 쓸모없으니 대학원은 당연히 가는거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여러분(...)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분들중에 학부생 혹은 고등학생들은 거의 없을것 같지마는... 대학원 선택은 신중히 하시고, 업으로써 연구를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이런 저런 일들을 겪는 것임을 생각하시고 진로고민을 하시길 바랍니다... 아, 그리고 이미 대학원에 들어온 분들은 언젠가는 꼭 끝난다, 끝날수밖에 없다 같은 생각을 가지시고, 끝까지 존버하시길 바랍니다(...) 온리 존버이즈 라이프웨이...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클라우드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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