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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 <대리사회>

by 박댐 2019.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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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사회: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와이즈베리

페이스북에 2017년 1월 16일에 썼던 글을 옮겨와 수정 보완을 했습니다. 원문 링크(https://www.facebook.com/search/top/?q=Dae-In%20Park%20%EB%8C%80%EB%A6%AC%EC%82%AC%ED%9A%8C&epa=SEARCH_BOX)


괜히 잠을 자기가 싫어서... 나는지방대시간강사다의 김민섭선생님이 쓰신 #대리사회 까지 읽었다. 사실 이미 페이스북에서 읽었던 내용들을 많이 실으셨어서 꾸준히 페북 글을 읽어왔던 나같은 사람이라면 아마 빨리 읽어낼 수 있을 법한 책이다.

책 내용중 가장 크게 공감했던 부분들은 "운동이 되지 못하는 노동"을 얘기하신 점과 "요정들"에 대해 얘기하신 점 외에는 테레비나 유튜브에 나오는 먹방이나 드라마에 대한 부분이었다. 운동이 되지 못하는 노동이나 요정들의 존재는 가사노동이 이 영역에 들어가지 않나 싶다.(사실 난 가사노동을 딱히 많이 해본적이 없는 인간이라, 이 글을 쓰면서도 좀 거시기 허지만...)

테레비나 유튜브에 나오는 먹방이나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섹션의 제목은 "대리사회의 개인은 잠시 즐겁고 오래 외롭다"이다. 다만 김민섭 선생님은 책의 이 부분을 쓰시면서 '분노'한다라고 쓰셨는데, 애초에 딱히 이도저도 기대하는 바가 없는 나는 요즘 별로 '분노'하지 않는다. 그냥 피식 웃거나, '자조' 정도 하는것이 요즘의 내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김민섭 선생님의 열정(물론 이 단어 자체는 나랑 딱히 잘 안 맞는 단어인듯도 하지만)은 아직 죽지 않은 것 같고, 의외로 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굉장히 따뜻한게 아닌가 싶었다.

마지막에 '경계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 하는 일이라던가 관심갖는 분야가 어찌보면 이도저도 아닌 분류에 들어간지 꽤 된 인간으로써 '경계인'만이 볼 수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약간이나마 위로를 받았다. 하지만 그러려면 김민섭 선생님처럼 열심히 살아야할텐데 나는 딱히 열심히 살지 못하는것 같으니 이미 그른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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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 선생님은 학교를 나오신 이후로 종종 카카오 대리기사로 일을 하셨고 여기에서 느낀 점을 모아 책을 내셨다. 그러니까 어떤 면에서는 르포이기도 하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최근 살아온 자신의 인생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 책의 훌륭한 점은 소위 "먹물"인 사람이 육체노동 혹은 대리기사 일을 하면서 오는 깨달음을 썼다는 데에 있지 않다. 아, 물론 그 점이 훌륭하지 않다는 점은 아니다. 이 책의 훌륭한 점은 대리기사뿐 아니라, 결국 이 사회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를 "대리"함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본인의 경험으로, 통찰력으로부터 서술하고 있는 데에 있다.   

"대리"기사는 마치 차를 본인의 의지에 의해 운전하고 있는 듯 하지만, 잠시잠깐이나마 운전석이라는 공간을 빌려서 남의 일을 대리해주고 있을 뿐이다. 이는 비단 대리기사만이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항상 말, 행동, 복장 등등을 통제 받고 있고, 누군가를 대리해서 살아가고 있다. 과연 우리의 행동, 말, 사유는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본인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고 어디부터 외부의 영향을 받고 있는것일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 장소, 환대> 라는 김현경 선생님의 책과 함께 읽어보면 더욱 좋을 책.

대리사회: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와이즈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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