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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호, <파란 하늘, 빨간 지구>

by 박댐 2019.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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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빨간지구:기후변화와 인류세 지구시스템에 관한 통합적 논의, 동아시아

 

0. 조천호 선생님이 책이 나왔다고 보내주셨다. 작년에 쓴 <과학기술의 일상사> 에서 "지금은 그때가 아니다."라는 문장을 가져다 쓰셨는데 출처를 밝히지 않아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원래도 사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보내주신 김에 읽었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까 다 읽었다. 생각이 없어지기 전에 정리하고 싶어서 일단 글을 씀. 물론 나는 학창시절 지구과학을 들은 기억도 이제는 거의 없고, 대기과학이나 뭐 그런걸 배운적도 없다. 대류권 성층권 뭐 이런걸 배웠던 기억은 나는데(...) 진짜 뭐 그런거 하나도 모름. 내핵 외핵 맨틀 뭐 이정도 아는 수준(...) 여튼 그런 문외한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조천호 선생님은 약 30년간을 직업 과학자로써 사시며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지낸 대기과학자이다. 읽기 전에 궁금하신 분들은 인터넷 검색 ㄱㄱ하시길...    

 

1.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이야기쯤은 우리 모두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렇지만, 눈에 바로 띄고 사람들에게 바로 영향을 주는 수질 오염이라던가 미세먼지/스모그 류의 환경재앙들과는 달리 기후변화의 폐해와 심각성은 바로바로 우리들에게 피부로 와닿기가 쉽지가 않다. 그 스케일이 전지구적이기도 하고, 원인들이 너무나도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당장 우리 모두는 미세먼지 대책을 위해 차량 2부제를 하자고 하면 어느정도는 동의를 하지만,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차량 2부제를 하자고 하면 동의를 받기가 힘들지 않은가. 

 

2. 그렇기에 대기과학자들이 연구하여 밝혀냈고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는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혹은 "기후변화는 심각하다"라는 이야기들은 힘의 작용을 설명하는 F=ma 같은 류의 간단한 물리공식과는 다르게 필연적으로 정치적이다.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라는 사실 자체는 과학적인 연구의 결과물로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그 원인을 찾아내는 일들은 필연적으로 인간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일어나 전 지구의 온도가 몇도가 올랐다라는 사실을 놓고 "언제부터" 일어났는가/혹은 심각해졌는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 "무엇이" 원인이었는가,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는가, "왜" 기후 변화가 일어났는가 하며 일일히 따지기 시작하면 이게 더이상은 과학이나 공학 혹은 연구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연구자가 아니더라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2-1. 그런 의미에서 대기과학자들은 어떻게 보면 무력할지도 모르겠다. 이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 받은 일을 열심히 하여 더더욱 지구의 대기와 환경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내고 알아갈수록, 이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해야할지 제대로 트레이닝 받지 못한 일들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건 바로 자신들의 연구로 밝혀낸 결과물인 과학적 사실과 예측의 결과물 -기후변화는 심각한 문제다. 그리고 과학과 기술은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할 것이다. 등 - 을 동료연구자들이 아닌 일반인들, 그리고 이 사회에 알리고 변화를 이끌어 내는 일이다.

 

2-2. 그리고 그 사실을 연구자들이 학계에서 들고 나와서 사회를 향해 이야기하면 할 수록 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들을 비롯한 아이디어들과 마주칠 것이다. 이들의 결과물은 과학연구의 결과물이지만, 그 함의는 그 어느 과학적 결과물보다 정치적 파괴력이 크기 때문이다. 저자도 설명하듯, 저개발국가들은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공장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낙후된 경제력과 과학기술력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가 가장 힘들 국가들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자고 이야기하는 목소리들은 너무나도 쉽게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거나, "선진국들이 싸놓은 똥을 우리보고 치우라는 거냐,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부터 바꿔라"같은 논리적이면서도 동시에 강제하기 힘든 주장들과 맞서야만 하기 때문이다.

 

2-3. 저자는 이러한 주장들과 사회적 논란들에 일대일로 논박을 하거나 비판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기과학자로써 꾸준히 연구를 해왔던 한명의 연구자로써, 이미 기후변화가 피할수 없이 우리 앞에 와 있는 현실이고, 이는 인간들의 영향이 크며, 과학기술의 결과물이 항상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거나 이득이 되지 않듯, 기후변화 또한 모두에게 공평하게 그 위험을 전가하지 않는다는 사실들을 꾸준하게 여러 데이터들을 통해 설명해준다.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고, 당장 전지구적 의식의 전환(...) 이 필요하다는 말 또한 하고 있다. 

 

3. 어찌보면 해답은 간단하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 기후변화의 원인은 인간문명의 결핍에서 오지 않았고, 과잉에서 왔다. 그렇다면 전지구적인 차원에서 이 과잉생산 체제를 어떤 형식으로든 바꿔야 할 것인데, 문제는 이 해결방안 자체는 대기질의 모니터링을 하고, 해류의 움직임을 모니터링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일이기 때문이다. 

 

3-1. 세계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많이 하기로 유명한 나라에 살고 있는 공업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전지구적인 위기가 닥쳐오고 있으니 일단 온실가스 배출을 줄입시다"라는 주장을 대기과학자들이 똘똘뭉쳐 하기로 한다면 어느 누가 좋아할까? 환경단체들의 열렬한 지지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방향의 법안이 통과되어 빡세게 관철된다고 가정해보자. 국내에서의 배출량을 줄이기만 하면 되니까 안 그래도 한국의 빡빡한 노동규제와, 환경규제를 생각해서 공장이전의 각을 호시탐탐 재고 있던 국내의 공장들이 대거 동남아/인도 등지로 빠져나간다면 어떨까? 과연 정부차원에서 이를 가만히 놔두면서 온실가스 배출량 제한법안을 묵묵히 실행할수 있을까?

 

3-2.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로 한다면, 당장 한국에 있는 수많은 저녁이후에도, 그리고 24시간 운영하는 업장들의 운영시간을 줄이고, 밤에 모든 빌딩들에 불을 강제로 끄게 만들고, 자동차 값을 모조리 올려 자동차를 가지기 힘들게 만든다거나 하는 방안들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국민 정서상 이게 과연 가능할까? 곧 죽어도 야식배달이 오고, 새벽 7시에 신선식품 배송이 오고, 연비좋은 차보다 연비가 그다지 좋지 않은 중형 세단이 전세계에서 순위권으로 팔려나가는 나라에서? 

 

4. 당연하게도 위의 시나리오들은 거칠은 헛소리이고, 저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도 물론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의 저자가 여러번 말하듯,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우리의 움직은 미세먼지같은 "뒷골목 깡패"에 대항하는 방법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 의식의 전환이 이뤄져야 하고, 국가의 체질과 운영방식이 바뀌어야 하고,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지구적인 연대가 이뤄져야지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 모든 걸 굉장히 빠른 시일 내에 이뤄내야만 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2020년대가 골든타임이고, 빠르게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지구의 기후는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란다. 사실 이렇게 얘기하면 심각하게 들리지만, 이 책의 장점은 이 모든 이야기들을 굉장히 담담하고 건조하게 서술해놓았다. 전혀 겁을 준다거나, 지구를 이지경으로 만들어놓은 인간들을 악마화(...)하고 있지는 않다. 물론 그렇기에 쭈욱 읽다가보면 "야, 이거 이제는 충격요법으로 안되는 상황인갑다" 하면서 좀 무서워지긴 한다...

 

4-1.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이런 사실을 접할때마다 개인의 차원에서는 맥이 풀리기 마련이다. 태어나보니까 이런 세상이었고(...) 나 하나가 아무리 절약한다고 해도, 분명 미국 저 어딘가의 시골에서는 연비 안 좋은 차를 막 타고 다니면서 큰 집에서 여름이면 에어컨 빵빵 틀고 사는 사람이 있을 것인데...무슨 의미가 있을까...싶다가도, 그래도 할 수 있는건 뭐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솔직히 답은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하자고 한다고 해서 누가 들어줄꺼도 아니고(...) 물론 나라는 개인은 평상시에 에너지를 굉장히 안 쓰는 축에 속하긴 한다(...) 1달 전기요금 1000원도 안나와본 인간 나야나... 가스비 거의 안 써서 한달치만 내기 귀찮아서 몇달치 모아서 내는 인간 나야나...이긴 하지만 다들 나처럼 살순 없는 거자너...

 

5. 대기과학자들은 거의 대부분 공공의 영역에서 일을 한다. 저자 또한 대기과학자이자 신분은 공무원이었다. 이 포지션은 미묘한 것이, 대기과학자들은 정부의 일에 필요한 과학지식을 "생산" 해내는 일들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의 날씨는 어떨 것이고, 해류는 어디서 어디로 흐를 것이고, 태풍은 어디에서 어디로 움직이고 있고 등등의 지식들 말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지식을 생산해낼 때는 분명 존중을 받지만, 정부가 갑자기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인공강우"를 해보겠다고 했을 때 비판을 한다거나,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기후변화에 대한 위험성"을 예를 들어 반대를 한다고 한다면 "과학자들은 과학에나 신경을 써라"라는 말을 들을 것이 뻔하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과학과 연구를 하라고 해서 연구를 바탕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발언을 하려고 하면, 본인의 직위와 신념과 가족을 걸고서야 가능하거나, 아예 사회적인 발언창구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 정부가 생각하는 과학자의 혹은 연구자의 자리일지도 모르겠다. 

 

5-1.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이 책 말미에도 쓰여있다. 원래는 저자가 페북에 썼던 원글을 갈무리한 이 글은 정부에 속한 과학공무원으로써 느꼈던 답답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진정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과학, 그리고 그러한 과학지식의 생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의 역할은 무엇일까. 적어도 과학자들에게 "~~한 연구는 정부 시책에 적합하지 않으니 이야기이니 하지 말아라"라고하는 사회가 그다지 건강한 사회가 아닐것이라는 말 정도는 할 수 있겠다. 환경과, 건강과, 사회에 대해서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더 자기검열이 적은, 오히려 더욱 "정치적인" 발언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대기과학자인 저자가 역설적으로 생업으로써의 대기과학을 관뒀기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책일지도 모르겠다. 

 

5-2. 물론 당연하게도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과학자들이 어떤 발언을 하고, 사회가 어떻게 해야하는 것에는 정답이 없지 싶다. 내가 그냥 모르는 걸지도 모르고. 이래서 공론장이 중요하다고 학자들이 이야기를 아마도 한 것 같은데, 한국사회에 공론장이랄게 딱히 있는가...? 싶은 생각이 드는걸로 봐서 아마도 없는거 같기도 하고(...) 

 

6. 이 책은 기후변화의 과학과, 대기과학에 대한 책이다. 여러모로 보아 "과학"책이다.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이 책은 지금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보다 더욱 정의로워질 것"을 제안하고, "미래 세대를 생각할 것"을 권고하고, 그리고 인간으로써의 우리가 얼마나 우연과 우연이 겹쳐서 이 땅에 존재하고 있는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또한 이 책은 분명 과학적 연구의 결과물과 그 결과물에 기반하여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그에 대한 행동을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바야흐로 "4차산업혁명"을 앞두고 있는 한국 사회가 바라는 데우스엑스마키나같은 과학기술적 해결책이 아니라 사회적인 해결책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다가올 미래가 피할 수 없는, 항거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아니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 미래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더더욱 "현재"에 집중해야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 

 

6-1. 아마 당연하게도 뚜렷한 답이 없으니까 안 쓰셨겠지마는... 다음에 책을 또 내신다면, 인류세/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알아야하는 현실적인 액션플랜"같은걸 내보시면 어떨까 싶슴다. 물론 인간의 숫자가 혁신적으로 줄면 이 모든게 해결되겠지만요(...)

 

7. 물론 이 모든 이야기들은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전혀 섹시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만 같은 미래시대에 걸맞게 사람처럼 뛰어다니는 로봇에 대한 이야기나, 인간을 뛰어넘은 것 같은 인공지능에 대한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하고, 혁신과 성장을 이야기하는 책들에 비해 이 책은 언뜻 느끼기에 고루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뭐, 그렇지만 나는 재밌게 읽었다(...) 대중성의 리트머스지(...) 같은 내가 재밌다고 느끼면 책이 안팔릴지도 모르지만, 뭐 출판사도 과학책 업계의 머기업인 동아시아 출판사고 하니까는...누가 누굴 걱정하는겨(...) 제가 안팔릴꺼라고 해도 아마 책은 잘 팔리고 있을 꺼고...여튼 일독을 권합니다. 쉬이 읽을 수는 있지만, 담고 있는 메세지가 그렇게 쉽지는 않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뱀발) 3월 29일에 책을 받고 이제서야 숙제완료 했습니다. 이제 다음 숙제가 뭐였더라(...)

파란하늘 빨간지구:기후변화와 인류세 지구시스템에 관한 통합적 논의,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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